미래의 한국문단을 이끌어갈 청소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의 중·고등학생 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참신한 열정과 도전을 통해 문학으로의 꿈 실현에 역할 하고자 합니다.
제4회 김유정청소년문학상 운문 부문 심사평
올해 운문부문의 응모작은 많지 않았으나 모두 나름대로 오랜 습작을 거친 작품들이 많았다.
중고등부를 나누지않고 통합심사를 하였고 고등학생들이 많아 중학생 응모자가 불리한 여건이라 생각할 수 있었으나 중학생 응모작이 작품성에서 전혀 밀리지 않아 기뻤다.
최종심에 오른 2명은 김지은과 김채령이었다.
두 학생 모두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시상을 끌고가는 저력이 있었다.
그러나 김채령의 작품들이 다소 관념에 치우친 반면 김지은은 자신의 구체적 상황인식을 기반으로 탄탄한 시적구성으로 끌고나가는 역량이 돋보여 당선작으로 정하는데 이의가 없었다.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가는 <베이비 박스>를 등장시켜 자신의 한계상황에 대한 성찰과 삶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 내가 베이비 박스에 돌아누운 아이였을 때>를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심사위원 : 최현순 장승진
제 4회 김유정 청소년 문학상 산문 부문 심사평
―덕이고등학교 양서연의‘택배’를 수상작으로 정하면서
글짓기 심사 때 첫 번째로 살피는 것은 맞춤법, 띄어쓰기 등과 문맥이 통하느냐일 게다. 하지만 이번의 ‘김유정 청소년 문학상 산문 부문 심사’에서는 무의미했다. 심사를 받고자 건네받은 총 58편의 산문 중 어느 하나 그런 흠이 있는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스토리 전개라든가, 구성, 주제의식까지 나무랄 데 없는 작품들뿐이라서… 심사위원들 마음 같아서는 58편 모두를 수상작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편만을 수상작으로 정해야 하는 처지.
결국 가장 잘 읽히는― 스토리전개, 구성, 주제 측면에서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택배 일을 하는 아버지의 실종사건을 얼개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작품의 결말에서 보여주는 반전 결말’이 빛나는 덕이고등학교 양서연의 ‘택배’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치매 걸린 할머니의 자식 사랑’을 그린 작품과, ‘사람이 태어나기 전, 모습을 결정하는 곳에서 눈을 분류하는 전문가’ 얘기를 써나간 작품과 치열하게 경합한 결과다.
한편‘박녹주 명창을 사모하는 김유정’의 입장에서 써나간 작품, 사무기기인 문서 파쇄기의 입장에서 써나간 작품 등등 실로 창의성 넘치는 기발한 작품들 또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만만치 않게 끌었음을 덧붙인다.
심사위원: 이병욱 소설가, 박종숙 수필가, 최현순 시인.
운문 대상: 김지은 (고양예술고3)
내가 베이비 박스에 돌아누운 아이였을 때
귀 밑으로 파도가 돋아난다
바람보다는 느리게
지평선보다는 차곡히
얕은 걸음이 한 겹씩 쌓일 때
이건 정말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야 해
세상의 모든 아가미가
사람의 입술을 인용했다고 믿게 되는 말
얼굴을 무릎에 파묻어
몸에 들어맞는 모서리를 만든다
동굴을 낳는다는 건
가장 깊은 자세로 고요해진다는 것
등으로부터 멀어져가자
벽을 보면서 생일을 떠올리는 습관은
좀체 고쳐지지 않고
귓바퀴에 걸려 넘어진 말들이
구조를 이루는 날이면
몸을 한껏 웅크리는 수밖에
그건 정말 비밀이었기에
모두가 알고 있었다
숨이 귀 안에서 가빠온다
<택배>
택배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아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총알처럼 빠른 총알 배송!’이라는 문구를 달고 살았기 때문일까. 아빠는 잘못 발사된 총알처럼 어딘가 처박혀 버린 것 같았다. 퇴근 시간에 맞춰 차려놓은 밥이 차게 식었다. 나는 아빠에게 전화 거는 것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 곳곳을 뛰어다니고, 아빠 차와 비슷한 차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배달지 등 아빠가 있을만한 곳을 전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학원 숙제나 입시 공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몇 번 말없이 외박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짚이는 이유는 없었지만 최근, 아빠가 사라질 것만 같다고 느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쉬고 싶어.’아빠는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다.
저 멀리, 아빠의 동료 택배 기사 아저씨가 배달지 앞에서 차를 주차하고 택배 상자를 꺼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신고 있던 슬리퍼가 거의 벗겨질 정도로 달려가 아저씨를 붙잡았다.
“저기 아저씨 죄송한데, 저희 아빠 보셨어요?”
아저씨는 맨발에 슬리퍼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는 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저씨는 내 발에 시선을 둔 채 오늘 낮부터 아빠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오늘 힘이 부치는지 자꾸만 쉬고 싶다고 하기에, 일찍 들어간 줄 알았는데?’ 나는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발을 쳐다보았다. 대충 신은 슬리퍼의 짝이 맞지 않았다. 발가락은 새빨개져 있었다. 결국 나는 짝짝이 슬리퍼를 신은 채 아빠가 일하는 하역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아빠는 잘 나가던 증권회사 직원이었다. 명품을 즐기고 매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 가족은 아빠 덕분에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때그때 사 먹을 수 있었고, 계절마다 새 옷을 사 입었다. 하지만 아빠가 증권회사에서 해고당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아빠는 집에만 틀어박혔고, 죽은 물고기처럼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아빠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우리 집 가계는 조금씩 휘청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그때도 혼잣말을 했다.
‘구멍이 안 보여... 구멍이. 빠져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아빠는 두어 달 그렇게 죽은 듯이 시간을 보낸 후, 구멍을 찾아내 재기했다. 넥타이와 양복을 벗고 택배 일을 시작한 것이다. 아빠의 넥타이와 양복은 그 날 이후 옷장에 단정히 개어져 다시 나오지 못 했다. 택배 기사 일은 무척 고된 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일하며 하루에 평균 2~300개의 택배를 날라야 했다. 그렇게 하루도 쉼 없이 일을 하면 월 300만원 정도를 벌었다. 택배 기사의 일은 본인의 역량만큼 벌 수 있는 일이었기에 하루라도 아파서 일을 못 하거나 일을 조금 덜 하기라도 하면 월 300도 벌 수 없었고, 아빠의 월급은 일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을 하고 돌아온 아빠는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잠에 들기 일쑤였다. 아빠와 나는 한마디 다정한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았다. 웃옷을 갈아입는 아빠의 몸은 온통 파스 투성이였다. 그럼에도 아빠는 열심히 택배 일을 했다. 아빠가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빠 생각을 하다 보니 하역장 근처에 도착했다. 하역장은 근처 정류장에 내려서 골목을 한참 걸어야 했다. 골목은 저녁 시간에 걷기에는 조금 험악한 곳이었다. 아저씨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담배를 피우며 맨발에 짝짝이 슬리퍼 차림을 하고 있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골목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사실 아빠가 새로 일을 시작했지만 나는 크게 아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입시가 코앞이기도 했고, 마트에 나가 계산원으로 일을 하게 된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어야 했다. 나는 아빠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었다. 친구의 집에 갔을 때였다. 하필 엘리베이터가 망가져 1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다. 아빠는 친구의 옆집에 다섯 개의 택배를 나르고 서명을 받고 있었다. 택배 중에는 쌀포대도 하나 껴 있었다. 나는 뒷모습만 보아도 그 왜소한 등과 허리가 아빠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빠는 힘겨운지 내려놓은 쌀포대 앞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직접 등에 포대를 얹고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때 택배를 받으며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니 아저씨! 쌀자루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면 어떡해요. 쌀 옆구리 다 터지게.”
아빠는 당황하며 연신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애써 아빠를 못 본 척 외면했다.
아빠의 쉬고 싶다는 말은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나? 설마 죽고 싶다는 뜻이었나? 두려움에 떨며 한참을 걸어 하역장에 도착했다. 하역장의 풍경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정적이었다. 창고처럼 조악한 하역장에는 사람들이 단 한 마디 대화도 없이 택배를 나르기에만 분주했다. 그들의 무수한 땀방울에 하역장 전체가 습해지는 것 같았다. 사무실이라고 쓰인 작은 컨테이너 박스 문을 두드리니 경리가 문을 열고 피곤한 표정으로 나왔다. 내가 아빠를 찾아왔다고 말 하며 아빠의 이름과 생김새를 대충 설명하니 여자 경리가 귀찮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구역별 하역장으로 가봐.”
구역별 하역장으로 가는 길에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아빠의 동료 아저씨가 있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아빠의 행방을 물었다. 아저씨는 아빠의 행방을 몰랐다. 그보다 짜증나는 어조로 겁을 주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떡할래. 배달할 거 잔뜩 쌓여있더라. 너희 아빠가 못하면 저거 다 물어내야 돼.”
덜컥 겁이 났다. 정말 아빠가 사라진 거면 어떡하지. 완전히 지쳐서 인적 드문 곳에 쓰러져 있다거나 도망을 간 거라면 어쩌지. 나는 아빠의 하역장으로 향했다. 아빠의 하역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아빠의 성격처럼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이었다. 작은 서랍장 위에 아빠의 휴대폰과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니는 수첩이 그대로 있었다. 수첩을 열어보니 오늘 배달해야 할 목록들이 아빠의 글씨체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점심 이후의 기록에는 배달 미완성 표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상자를 확인했다. 상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지역 별로 구분되어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벨트 맨 마지막에 올려진 커다란 상자가 눈에 띄었다. 냉장고라도 들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커다란 상자였다. 상자를 열어보니 냉장고가 아닌 아빠가 갓 태어난 아기 코끼리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잠들어있었다. 아빠를 흔들어 깨워 보았지만 아빠는 깨어나지 않았다. ‘아빠가 쉬고 싶다고 말한 건 정말로 쉬고 싶다는 뜻이었구나.’ 나는 박스를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그리고 굵은 매직을 꺼내 들고 박스 위 요구사항에 이렇게 적었다. 깊은 잠에 들어 있으니, 살살 다뤄 주세요. 아빠에겐 휴식이, 아니 회복이 필요해요. 그러고선 아빠의 수첩을 펼쳐 메모했다.
최동식, 배달 완료.
김유정청소년문학상 대상에 김지은·양서연 학생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입력 : 2022-08-17 16:59:25
김유정기념사업회와 G1방송 공동 주최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만원 장학금
◇김유정청소녀문학상 대상 운문 부문 김지은(사진 왼쪽)·산문 부문 양서연 학생
제4회 김유정청소년문학상 대상에 김지은(고양예고), 양서연(덕이고) 학생이 선정됐다.
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김금분)는 최근 심사위원회를 열고 운문 부문에 김지은 양의 ‘내가 베이비 박스에 돌아누운 아이였을 때’ , 산문 부문에 양서연 양의 ‘택배’를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운문 당선작은 베이비 박스를 등장시켜 자신의 한계상황에 대한 성찰과 삶에 대한 의지를 표현, 구체적 상황인식을 기반으로 탄탄한 시적 구성으로 끌고나가는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 산문 당선작은 택배 일을 하는 아버지의 실종사건을 얼개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반전 결말을 그린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유정청소년문학상은 김유정기념사업회와 G1방송이 공동 주최하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5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된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