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한강수력본부와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문예지 및 단행본을 통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하여 매년 1회 시상하고 있으며,
김유정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 전승과 한국소설문학의 새 지평 열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7 김유정문학상 심사소견
2017년 김유정 문학상 본심에 회부된 작품은 중편과 단편을 포함해서 모두 21편이었다. 본심에서는 개별 작품들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다시 4편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집중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윤성희의 「여름방학」, 이기호의 「최미진은 어디로」, 편혜영의 「개의 밤」, 황정은의 「웃는 남자」(저자 이름의 가나다 순) 등이었다. 노년의 새로운 정체성 찾기, 현대사회에서 문학의 위상, 현대적 속물(俗物)의 생태, 소음과 소리의 고고학 등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충만한 작품들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은, 한국문학의 역사를 더듬어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장시간에 걸친 세밀한 토론을 거쳐 황정은의 「웃는 남자」를 제 11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황정은의 중편 「웃는 남자」는, 한국사회에 침전되어 있는 작고 희미한 소리들, 마치 웅웅거리는 소음과도 같은 소리들을 불러내어 서사시적인 필체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주변부를 힘겹게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세운상가에서 만나서 자장면을 같이 먹고 진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 d는 동거하던 연인 dd를 사고로 잃은 후 환멸에 젖어서 지내는 20대의 청년이다. 그는 창문도 없는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고 세운상가에서 하루 열 시간씩 짐을 나른다. 또다른 주인공인 여소녀는 40년이 넘도록 세운상가에서 앰프와 스피커를 고치고 있는 60대 중반의 남자이다. 그는 지금 사람들이 떠나가서 텅 비어가는 세운상가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서울의 주변부와 세운상가를 오가며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전쟁, 산업화, 정치적 독재, 민주화 운동, 혁명의 종언, 세월호 사건, 헬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현대사의 지층들이, 마치 소음처럼 웅웅거리면서도 고유한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집주인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한강철교의 폭격과 함께 무너져내린 아이의 얼굴과 함께 전쟁의 공포를 이야기하며, 사고로 죽은 연인 dd의 책과 음반은 반지하 방에서 그녀가 꿈꾸었던 세상을 이야기한다. 어린 죽음들을 기억하는 몸짓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차단벽을 바라보며 혁명의 종언을 생각하고, 극도의 환멸 속에 있지만 그 어디로도 탈주할 수 없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낸다. 또한 겉에서는 튼튼해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여기저기 균열이 가 있는 세운상가를 발견하고, 그리고 그러한 세운상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어느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세운상가는 무엇이었을까. 국가주도의 개발과 정치적 억압이 기묘하지만 굳건하게 결합되어 있던, 한국현대사의 아이콘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바라본다. 한국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던 세운상가가 진공상태로 변하고 있음을. 그리고 진공상태로 변해가는 세운상가 안에서 빛과 열을 내며 소리를 정돈하고 증폭하는 진공관을 발견한다. 소음이 세계의 배음(背音)이었던 d에게 진공관은, 여전히 불명료하고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 어떤 가능성의 신호, 그 어떤 변화의 신호로 다가온다. 웃는 남자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에서 d는 웃지 않는다. 진공관의 빛과 열이 d의 웃음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 세계의 소음이 소리로 바뀔 수 있을까. 한국사회의 심층적인 무의식들을 공동화(空洞化)되는 중심이라는 공간적 표상과 소음/소리의 고고학적 상상력에 근거하여 제시하고 있는 서사시적인 작품, 또는 황정은의 「웃는 남자」. 심사를 하는 눈길이 오래도록 이 작품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도 이 즈음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에 응축되어 있던 소음과 소리들이, 향후 수상자의 작품들을 통해서 울려나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마지 않는다.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 오정희 전상국 김동식
수상소감
책상과 책에 쌓이는 꽃가루를 닦아 내며 지내고 있습니다.
항염증제를 먹고 재채기를 하다가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장이 몹시 뛰었는데 그것이 약 때문인지 재채기 때문인지 연락 때문인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었고 덕분에 저도 좋았습니다.
큰 격려로 여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