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한강수력본부와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문예지 및 단행본을 통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하여 매년 1회 시상하고 있으며,
김유정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 전승과 한국소설문학의 새 지평 열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5(제9회) 김유정문학상 본심 심사평
‘아이를 찾습니다’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소설이다. 작가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잃어버렸던 아이를 찾기까지 그리고 다시 잃어버리기까지의 십여년 세월을, 아이의 부모와 그 아이를 유괴한 여자 그리고 아이가 각각 겪고 있는 고통과 전락의 과정을, 극히 사실적으로 냉정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어떤 징조도 예고도 없었던 평범한 일상의 어느 순간 단번에 생의 블랙홀에 빠져버린 부부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공동의 아픔을 혹독하게 겪으며 서로를 위무하는 대신 비난과 할큄과 원망으로 끝간데 없이 치달리면서 고통을 재생산해낸다. 작가는 그들의 비참한 현실적 삶과 걷잡을 수 없이 황폐해지는 내면을 날카롭게 서술하면서, 우리 인생을 부서뜨리고 뒤엎는 예기치 못한 일, 돌발사태, 우연성이란 기실 누구나의 삶에든 은밀히 깃들어 있다는 것을 섬뜩하게 일깨운다. 언제든, 싱크홀, 블랙홀로 입을 벌릴 우리 안의 미세한 균열들을 응시하게끔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작가는 소설의 인물들이 치러내는, 회복도 복원도 불가능한 시간 즉 관계들을 낯선 풍경처럼 펼쳐보여 독자로 하여금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끌어가면서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혈연이라는 것이 절대명제가 될 수 있는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
삶에 대한 믿음, 관계에 대한 성찰없는 믿음을 뒤흔들고 전복시킴으로써 끝내 그것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역설을 이 소설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오정희(소설가)
2015년 제9회 김유정 문학상 본심에 회부된 작품은 모두 20편이었다. 본심에서는 개별 작품들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다시 6편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집중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 김인숙의 「넝쿨」, 김훈의 「영자」, 윤성희의 「낮술」, 이기호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한유주의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저자 이름의 가나다 순) 등이었다. 가족과 유전자, 폭력과 기억, 청년세대의 고뇌, 자서전으로서의 소설, 지역 공동체의 윤리, 동시성의 현상학 등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을 읽고 음미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국문학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세심한 토론을 거쳐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를 제9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 살배기 아들을 잃어버린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아내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남편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이를 찾아 나선다. 무려 11년 만에 친자확인 서비스를 통해서 부부는 아들을 만나게 된다. 국가의 인증을 받은 유전자 검사는 그들을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가족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결국 아내는 죽고 아들은 가출한다. 놀랍게도 가출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갓난아이를 남겨준다. 아들의 아들이라는 보장은 어느 곳에도 없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 찾아온 작은 생명을 응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 동안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다루어져 왔지만,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는 가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중층적으로 겹쳐 놓고 있다. 김영하는 가족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혈연과 관련된 낭만적인 기대에 호소하지 않고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냉철하면서도 치밀하게 고찰하고 있다. 「아이를 찾습니다」에서 비극적인 가족사를 만들어 낸 연출자는 사회적 모순도 아니고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다름 아닌 이기적 유전자이다.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며 아이를 찾아 나서는 부모의 헌신적인 모습, 경제적으로 몰락한 친부모에게서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아들이 남겨놓은 갓난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등 작품의 주요한 장면들은 기존의 온정적 가족주의가 아니라 이기적인 유전자의 보존과 관련되어 서술되고 있다. 가족은 혈연에 대한 사랑에 의해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의 형성과 해체는 인간의 의지나 동정심이나 도덕관념으로 회수되지 않는 비정한 유전자와 관련된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가족을 바라보는 새로운 문학적 관점을 마련하고 가족문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감수성을 새롭게 배치하고자 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한국사회와 한국문학이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정 문학의 유전자가 김영하의 소설을 통해 보존되고 전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이 될까. 아마도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설이란 어중간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김영하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갖게 되었다. 향후 수상자의 작품들에서 한국문학의 매혹적인 유전자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 김동식(문학평론가, 인하대 국문과 교수)
수상소감
수상의 기쁜 소식을 들을 무렵에 저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공교롭게도 4월 16일의 오랑 시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비극의 전조는 쥐떼였습니다. 쥐들은 백주의 거리로 비틀거리며 기어나와 떼로 죽어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애써 그 징조를 무시합니다. 그러나 곧 페스트가 사람들을 덮치고 도시는 폐쇄되고 맙니다. 그들은 피해자인데도 도움을 받기는커녕 고립됩니다. 신의 징벌이라고 떠드는 이가 나타나는가 하면,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는 이도 있고, 어떻게든 이 문제와 직면하려는 이도 있습니다. 도시는 시체로 뒤덮이고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지옥도는 몹시 낯이 익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난 해 4월 16일 이후 목도한 일과 흡사합니다. 카뮈가 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황당한 발상은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바야르로부터 빌려온 것입니다. 그는 과거의 작가가 미래에 발표될 후배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흥미로운 개념, ’예상표절’을 우리에게 소개한 바 있습니다. 문학사를 불가역적인 일직선으로만 사고한다면 이런 말은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겠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연대기적 시간이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월호 사고를 먼저 겪은 후, 나중에 <페스트>를 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마음 속에서 작품의 발표 순서 같은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수십, 수백 년 전에 씌어진 텍스트와 불과 일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후대의 수많은 소설에 영감을 주는 역사적 사건이 있는가 하면,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마치 예견하기라도 한 것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아이를 찾습니다>를 구상하고 서두를 써둔 것은 몇 년 전, 해외 체류 시절로 지난 해 봄에 일어난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묻어두었던 초고를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 집필에 착수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난 직후였으니 쓰는 내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에서 살게 됩니다. 아이를 되찾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문학에 어떤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어의 그물로 엮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해줍니다. 문학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독자 앞에 불려오고, 지금 씌어진 어떤 글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예감합니다. 그것의 생생한 예가 춘천에 있습니다. 김유정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의 작품을 읽고, 저와 같은 못난 작가는 그의 이름에 바치는 상을 받고, 그것을 계기로 쓴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보게 됩니다.
수상의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김유정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 그리고 그를 기념하는 이 사업에 참여해주신 모든 주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5년 5월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