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 번씩 전 세계 언론의 각광을 받는 뉴스가 있다. 노벨문학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외의 유명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모 여성 소설가는 그 후보군에 오르내린 것 만 가지고도 화제가 됐었다. 노벨문학상이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노벨의 유산으로 제정되었고 시상주체가 스웨덴 아카데미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내외 권위 있는 문학상이 대부분 개인의 출연이나 문학출판사 등에 의해 제정되고 성장했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는 상은 거의 없다.
김유정문학상도 민간단체인 김유정기념사업회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꾸준히 받아 14년째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의 한 공기업이 김유정 작가의 가치를 인정하여 십수년간 민간단체에 상을 지원해 온 것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 경영을 신뢰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요즘, 춘천시의 김유정문학상 운영조례 제정을 두고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시에서는 김유정문학상이 일부 단체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자원으로서 지속성, 투명성을 높이고 공신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의 재원을 포함해 상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민간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을 시에서 임의로 전용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문학상이 한순간 상금을 높인다고 그 권위가 저절로 올라갈까?
시의 문학상 운영은 민간 자율성과 독립성을 무시한 구시대로 퇴보하는 행정남용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애써 지원해 온 공기업의 경영방침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시상금 획득 근거를 만들어 특정 단체에 몰아주려고 하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 지역 문단에서 유례없는 외부세력에 의한 각종 음해가 문인들 간의 반목과 불화를 야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모처럼 쌓아온 김유정문학상의 권위가 추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학상과의 본질과는 무관한 운영주체인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그간 이 상을 위해 헌신했던 지역 원로 문인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지는 못할망정 근거 없는 의혹과 모략으로 폄훼하고 역대 수상한 국내 유명 작가들의 명예까지 손상시키고 있다. 근래 또 다른 지역의 모 문학상이 유족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두 조각이 나서 파행되는 것을 사례로 들면서 뜻있는 문학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춘천에서만큼은 이 시대의 책임 있는 문인들이 문학상과 관련해 주도권 다툼으로 후세대에 부끄러운 오점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가 <로마사 논고>에서 사례를 든 이상적 법치사상의 답은 한마디로 ‘자유’와 ‘자율’이었다. 그 근거로는 로마가 이어받은 스파르타의 건국자 리쿠르코스의 완벽한 법률이 800년이 넘도록 그 법률을 개정할 필요 없이 공동체의 자율과 자유를 누린 예를 들었다. 권력자는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과욕과 망상을 가지고 있다.
이 혼란을 지켜보며 한마디 묻고 호소하고 싶다. 이렇게 해야 만이 김유정문학상의 공신력과 권위가 올라갈까? 누구도 그럴듯한 명분으로 저승에 계신 김유정 선생을 팔아 그 어떤 명예나 이득을 보려고 하지 말자. 과연 당신들은 그동안 김유정선생의 얼과 작품세계를 기리고 선양하는데 무엇을 하였는가?
- 최현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