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 속
지나가는 행인1이다
하하 호호 왕자님과 웃고 있는 저기 저
공주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이야기 저 끝에 있는 역할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
나에게는 봄이 오지 않는다
봄들조차
공주님, 왕자님에게만
빛을 비춰주니까
봄밤의 달빛조차
공주님, 왕자님에게만
빛을 비춰주니까
나에게는 매번 반복되는
지나가는 일뿐.
매일 반복되던 이야기 속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걸어간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를 이날
등장인물이,
아니 이야기가
바뀌었다
바로 내가 다니는 길
시멘트를 뚫고
올라온 풀 한 포기 때문에
그 풀 하나
땅만 보고 가는 내게 말한다
너는 나와 참 많이 닮았구나
그렇지 않니?
아니 우리는 닮지 않았어
이야기를 바꾼 너지만
난,
별 볼 일 없는
지나다니는 사람1이야
아니야. 너도 나처럼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단다
혹시 내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아니?
당연히 모르지.
내가 너를 어떻게 아니.
그럼 잘 들어봐.
저 아래 세상은
너무나 숨 막혀
저 아래 세상은
너무나 어두워
빛이라는 게 있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아이들은 빛을 포기하고
살고 있었지만
난,
이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빛을 보겠다는 의지로
조금씩 조금씩
올라왔어
그러다 보니 이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지나다니는 사람1이다
저기 저 공주님과 왕자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역할
아름다운 봄은
저기 저 공주님과 왕자님만
머물러 있는데
나에게도 따스한 봄이 찾아올까?
할 수 있을까?
아니
난 할 수 있어
매일 시작되는 이야기
오늘 난 지나다니는 사람1에서
바뀌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따스한 저 봄이
나를 비춰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