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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김유정기억하기 전국문예공모전' 중등부 운문 대상 작품

  • 김유정기념사업회
  • 2020-11-21 13:52:00

봄·봄

 

옥동중학교 2학년

하 가 진

 

나는 이야기 속

지나가는 행인1이다

 

하하 호호 왕자님과 웃고 있는 저기 저

공주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이야기 저 끝에 있는 역할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

나에게는 봄이 오지 않는다

 

봄들조차

공주님, 왕자님에게만

빛을 비춰주니까

 

봄밤의 달빛조차

공주님, 왕자님에게만

빛을 비춰주니까

 

나에게는 매번 반복되는

지나가는 일뿐.

 

매일 반복되던 이야기 속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걸어간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를 이날

등장인물이,

아니 이야기가

바뀌었다

 

바로 내가 다니는 길

시멘트를 뚫고

올라온 풀 한 포기 때문에

 

그 풀 하나

땅만 보고 가는 내게 말한다

 

너는 나와 참 많이 닮았구나

그렇지 않니?

 

아니 우리는 닮지 않았어

이야기를 바꾼 너지만

 

난,

별 볼 일 없는

지나다니는 사람1이야

 

아니야. 너도 나처럼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단다

 

혹시 내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아니?

 

당연히 모르지.

내가 너를 어떻게 아니.

 

그럼 잘 들어봐.

 

저 아래 세상은

너무나 숨 막혀

 

저 아래 세상은

너무나 어두워

 

빛이라는 게 있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아이들은 빛을 포기하고

살고 있었지만

 

난,

이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빛을 보겠다는 의지로

조금씩 조금씩

올라왔어

 

그러다 보니 이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지나다니는 사람1이다

 

저기 저 공주님과 왕자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역할

 

아름다운 봄은

저기 저 공주님과 왕자님만

머물러 있는데

 

나에게도 따스한 봄이 찾아올까?

 

할 수 있을까?

아니

난 할 수 있어

 

매일 시작되는 이야기

오늘 난 지나다니는 사람1에서

바뀌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따스한 저 봄이

나를 비춰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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