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한강수력본부와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문예지 및 단행본을 통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하여 매년 1회 시상하고 있으며,
김유정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 전승과 한국소설문학의 새 지평 열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2(제6회) 김유정문학상 심사평
오정희, 전상국, 김치수, 우리 세 사람은 지난 1년동안 국내에서 발간되는 문학 계간지와 월간지, 종합 계간지와 동인지 등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 소설들을 나누어 읽기로 하였다. 우리가 검토한 발표지들은 다음과 같다.
계간지: 문학과 사회,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자음과모음, 대산문화, 한국문학, 문학나무, 문예중앙, 본질과 현상, 문학들, 21세기문학, 문학의 문학, 문학바다, 계간문예, 문학월간지 : 현대문학, 월간문학, 문학사상. 한국소설, 그리고 대구소설가협회가 펴낸 소설세계 등이었다. 모두 16종의 월간 계간지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400여편의 작품이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 별도의 예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우리는 각자가 수상 후보작으로 생각하는 작품들을 4-6편씩을 추천하기로 했다.
그 결과 후보작으로 추천된 작품은 성석제 「홀린 영혼」(창작과비평 겨울) 권여선의 「은반지」(한국문학 여름) 김경욱의 「인생은 아름다워」(문학사상, 11월) 한창훈의 「친구」(문학사상, 7월) 김숨의 「구덩이」(문학사상, 7월) 「명당을 찾아서」(현대문학,11월) 정길연의 「수상한 시간들」(대산문화, 가을) 손흥규의 「배우가 된 노인」(한국문학 봄) 박민규의 「아르므리오」(세계의문학 겨울) 윤후명의 「너울」(문학바다 여름) 김병언의 「정자나무이야기」(문학나무겨울) 김숨의 「명당을 찾아서」(현대문학 12월) 심상대의 「단추」(현대문학 12월-1월) 조경란의 「옥수수 빵을 구워줄까」(현대문학 1월) 박성원의 「흔적」(문학동네) 박형서의 「아르판」(문학과사회) 문형렬의 「누가 내 노래를 들었을까」(소설세계) 모두 17편이었다.
이 가운데서 개개의 작품을 놓고 그것이 그 작가의 소설 가운데 대표작이 될 수 있을 만큼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는지, 한국 소설에 새로운 가능성에 어떤 전망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한편의 작품으로서 완벽성을 갖추었는지를 두고 장시간 논의를 거쳐 문형렬, 조경란, 박형서, 심상대의 작품과 김숨의 두 작품을 최종심의 대상으로 압축했다. 문형렬의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이색적인 작품으로서 잘 읽히는 것이었으나 너무 쉬운 결말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조경란의 작품은 엄마의 전기 오븐을 중심으로 한 가난한 삶에서 일상의 발견이라는 작가 특유의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으나 그의 소설의 정점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숨의 두 작품은 이 작가의 왕성한 상상력이 엄청난 창작욕과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서사가 실종되고 있는 한국소설의 허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다루는 주제가 깊어지고 보다 신선해질 때 그는 한국소설의 큰 축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박형서의 작품은 이야기의 근원에 관한 작가의 질문을 집요하게 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낮은 자세를 갖춘다면 그의 새로운 작업은 지식의 제공이라는 인상을 넘어서 보다 큰 설득력을 획득할 것이다.
심상대의 작품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보이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의 답답하고 고통스런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데 성공한 역작이다. 비정규직 시간강사나 대형 매장의 관리직이라는 육체적 노동으로밖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주인공 철학도는 꿈과 현실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과 그 간극으로 인한 절망적 상황 속에 살고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저항이 그러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라면 그가 선택한 근원적인 저항은 그 암담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작가는 그 질문을 통해서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는 삶의 고통을 제대로 인식하게 만들고 고통의 감추어진 정체를 드러나게 만든다. 현실의 고발이 고통을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것이라면 그 질문은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꿈속에서 단추를 잃어버린 다음 현실 속에서 그 단추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암담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꿈속에서 잃어버린 단추를 현실 속에서 찾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가 잃어버린 단추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암담하고 절망적인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알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업과 생활고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의 삶의 고통을 떨어져 나간 ‘단추’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답답하고 형상화한 보기 드문 역작이다. 우리는 이 답답하고 어려운 주제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끈기 있게 다룸으로써 우리 스스로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한 이 작품을 금년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심상대씨의 수상을 축하한다. - 김치수(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종심에 오른 여섯 편의 대상작들 중 심상대작가의 중편 ‘단추’에 주목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꿈속에서 잃어버린 단추를 찾아 헤매는 남자와 그 단추를 현실에서 습득한 남자의 일상이 교차하면서 펼쳐진다. 손안에 쥐고 있으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한 ‘단추’를 기제로 하여 이 시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꿈과 현실을 기술하고 있다. ‘악몽에서 깨어나면 또다른 현실인 악몽이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배회와 방황, 우울한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고단한 현실과 막연하고 불투명한 미래에의 암담함을 시인으로서의 꿈으로 버텨내고 있는 시간강사 지섭과 계약직 노무자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인문학적 사유와 그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철학도 민우의 몽상과 망상, 뜬금없고 종작없는 잡념과 사념, 일상의 행적을 주의깊게 따라가다 보면 그것들이 초극에의 욕망, 선에 대한 믿음과 추구, 수호하고자 하는 윤리와 도덕, 자기 성찰에 관한 물음을 향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살아가는 일에 따르게 마련인 고독과 불안, 내면화된 죄의식 분노 등을 반복되는 악몽으로 일깨우는 ‘잃어버린 단추’란 어쩌면 가냘프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저항을 뜻하는 것이리라. 악몽이 주는 모욕감과 수치심의 근거는 자신의 비겁한 태도와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이라는 성찰을 이끌어내면서 정신의 힘으로 현실의 비루함과 불합리함을 넘어서리라는, 삶이 계속되는 한 벗어날 길 없는 강박과 악몽을 기꺼이 수락함으로써 초극하리라는 결단에 이르는 과정의 문학적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오래고도 영원한 문학적 주제인, 의문과 고통과 모순 속에서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참다운 고독이 주는 평화와 초극에의 의지에서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무르익은 사유와 필력으로 펼쳐지는 수작이다. - 오정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