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행사

다양하고 다채롭고 풍요로운 행사를 통해
김유정 선생을 추모하고 마음에 담습니다.

김유정문학상

(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한강수력본부와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문예지 및 단행본을 통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하여 매년 1회 시상하고 있으며,
김유정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 전승과 한국소설문학의 새 지평 열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제4회 김애란 (2010년 수상자)

  • 김유정기념사업회
  • 2020-06-18 08:00:00

  단편소설 「너의 여름은 어떠니」

 

심사평

금년에 심사를 맡기로 한 우리 세 사람은 국내에서 발간되는 월간지, 계간지, 동인지 20여종에 수록된 소설 150여 편을 분담해서 읽고 심사 대상 후보작품으로 각자 5-6편씩 추천하였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17편의 중단편소설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긴 토론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최종적으로 5편의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것은 신경숙의 “세상 끝의 신발”(문학과 사회 2009년 여름호), 김연수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문학수첩 2009년 여름호), 이기호의 “멀수록 가까워지는”(문학동네 2010년 봄호),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작가세계 2009년 겨울호), 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문학동네 2009년 여름호)였다. 우리는 이 다섯 편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수상작이 될 만큼 우수한 것으로 한국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심사의 과정에서 우리는 이 작품들이 한국소설의 독창성과 풍요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수상작을 결정하기까지 우리는 많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유정문학상의 성격을 드러내는 작품을 선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가 금년도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삶의 다양한 순간을 재치 있는 언어로 포착하여 젊은 날의 고뇌와 환희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소설적 구성은 이 젊은 작가의 삶에 대한 깊고 예리한 통찰력을 인정하게 한다. 젊은 여자 주인공이 ‘선배’라고 부르는 남자와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 젊은 세대의 감성과 환상을 오늘날의 어법으로 적확하고 꼼꼼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1930년대 김유정 소설이 도달했던 어떤 경지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것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과 탄식의 신음소리를 저절로 내뱉게 만든다. 특히 사랑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배에게서 삶의 비루함을 보게 된 주인공은 마음속에서 선배의 존재를 지우게 된다. 그 지움은 자신이 문상을 갈 예정이었던 동창생의 육체적 죽음과 대비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에 대한 작가 김애란의 문학적 반항이다. 제4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김애란씨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심사위원 김치수)

 

상의 권위에 걸맞은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노력은 거의 일 년여에 걸쳐 다양한 방식의 선정 기준에 의거 최종 17편의 수상후보작을 골라내는 성과를 얻었다. 후보로 추천된 작품 모두가 나름의 독특한 발상과 기법으로 현재 한국문학의 현주소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이었다.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해도 김유정문학의 가치 전승에 손색이 없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독후감을 신중하게 토로한 끝에 다음 다섯 작품으로 논의의 대상을 좁힐 수 있었다. 신경숙 「세상 끝의 신발」(문학과사회, 2009년 여름호), 김연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문학수첩 2009년 여름호), 편혜영 「저녁의 구애」(작가세계 겨울호), 김애란‘「너의 여름은 어떠니」 (문학동네 2009년 여름호), 이기호 「밀수록 가까워지는」 (문학동네 2010년 봄호) 등.
그러나 이 다섯 편의 작품 중 수상작 한 편을 골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각기 독특한 소설문법으로 그 가치를 검증받은 작가들의 작품이니만큼 그 우열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비만의 젊은 여성 주인공이 깊이 연모하는 대학 선배를 만나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의 매우 당혹스러웠던 일을 이야기의 골자로 하여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표면으로는 잔잔하게, 그러나 내면심리의 격랑을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요구하는 이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서사 디테일은 80년대 젊은 작가다운 면모를 거침없이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특히 사람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얼마나 큰 상처로 돌아오는가는 보여준 뒤 그날 가기로 했던 고향 친구의 장례 얘기로 대치한 결말 처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깊이로 읽혔다.
짧은 작가 연륜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보이고 있는 김애란 작가의 글쓰기 신명이 30년대 가장 개성 있는 작가 김유정이 보여준 우리 말 구사의 탁월한 언어감각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김유정문학상의 의미를 찾아도 좋을 성싶다. (심사위원 전상국)

 

김애란의 단편소설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풋풋하고 애틋한 젊은이의 사랑이야기인 듯도 하지만 기왕의 김애란 소설들이 그러하듯 출구를 찾기 어려운 막막한 지금, 여기서의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불안으로 흔들리는 삶의 모습들을 예민하게 기술하고 있다. 화사한 봄날의 햇살 속에 깃들어 있는 그늘처럼, ‘젊음’에서 더 ‘이상 젊지 않음’ 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슬픔과 피폐함과 위태로움들을 다만 수락할 수밖에 없음을, 그 또한 아픈 성장임을 말하고 있는 이 소설의 명랑한 문체가 담고 있는 페이소스도 김애란 문학의 특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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